패러다임 전환과 2021학번, ㄷㄷㄷㅈ

  • 463호
  • 기사입력 2021.03.11
  • 편집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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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인공지능융합학과 박은일 교수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 삶에서 당연한 것들이 소중해진 지 무려 1년이 넘어가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를 잃어버린 기간이었고, 누군가는 직장을 잃어버린 기간이었고, 어떤 사람에게는 계획한 미래가 불확실해지는 기간이었다.


이러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새로운 기술과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오고 있다. 어느새 온라인 수업과 원격 업무가 대학과 직장 내에 퍼지기 시작하고, 그와 관련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우리 삶에 퍼져가고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에 줌(Zoom)이나 웹엑스(Webex)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게 어떤 서비스죠?”라고 대답이 돌아왔을 것이다.


우리 연구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의 연구원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원격 서버에 접속해서 업무를 수행하고, 중요한 미팅도 온라인으로 전환하여 수행했다. 물론 “교수님, 집에서는 공부나 연구가 잘 진행이 안됩니다”라고 불편을 말하는 일부 학생이 있었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 대부분의 학생들이 바뀐 패러다임에 적응하고 맡은바 충실하게 연구나 업무를 수행해 주었다. (이 글을 통해 고마움을 표한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은 오늘날 대부분 국가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오고 있다. 많은 국가가 감염병 대응과 비대면 환경에 적합한 형태로 사회 시스템을 전환하고 있고 이에 따라 새로운 기술과 시장, 기회가 창출되고 있다.


우리 학생들이 이해하기 쉬운 예시로는, 2020년 LCK (League of Legends Champions Korea) 스프링 결승전이 있다. 이 게임의 주관사인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는 이전의 결승전들이 잠실 실내체육관이나 사직 체육관에서 성대하게 열었던 것을 감안해 비슷한 임팩트를 내기 위해 고민했다. 그 결과, 자체 캐릭터와 새로운 형태의 게임, 방송 스튜디오에서부터 실제 경기장까지 스토리 라인과 실제 가수 무대까지 소개하는 오프닝 세리머니를 준비했다. 이 세리머니는 2021년 3월 10일 현재 217만 회의 유튜브 조회수를 보이며 해당 결승전 하이라이트 영상의 약 120만 회 조회수보다 훨씬 높은 임팩트를 보일 정도다. 무관중 결승전 세리머니로는 가장 성공적인 세리머니로 여겨지고 있다(물론 노래에 한국적인 특징을 일부 가미한 머쉬베놈과 ㄷㄷㄷㅈ(두둥등장, DUDUDUNGA)의 시너지가 워낙 강력하긴 했다).

<LCK 2020 Spring 결승전 오프닝 세레모니 장면 중, 출처: LCK Youtube 채널>


이러한 발상의 전환과 성공적인 무관중 결승전 수행은 개최 이전에 흥행에 대한 많은 우려와 의문을 일축하고 비대면 상황에서도 원활한 리그 진행과 대응 능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따라 2021년 LCK의 성공적인 프랜차이즈화(MLB나 NBA처럼 프로 구단 중심의 리그 운영을 위한 초석)를 가져오고 관련 광고와 플랫폼 수익도 전년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었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동반되는 우려와 좌절이, 이를 극복하고 다른 측면에서 노력할 경우, 반전의 기회가 된다는 사실을 가장 유행의 영향이 크다고 여겨지는 eSports 게임 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20학번과 21학번 대학생들에게는 이전 학번 대학생들이 경험 많은 평범한 대학 생활에 제약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우려와 걱정이 존재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우려와 걱정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나름대로 성장 전략을 세우고 ‘나만의 대학생활’을 꾸며 나가는 시도를 한다면 단순히 아쉬운 대학 입학과 생활이 아닌 나만의 ‘ㄷㄷㄷ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언젠가 외부 강의에서 “창의력은 어떻게 키우나요?”라는 질문에 나는 “먼저 부딪쳐 보는 게 정답은 아니지만 가장 현명한 답”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는 창의력이 단순히 학습하며 키워지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시도를 해보고 그에 따른 경험이 쌓이는 과정을 통해 각자의 창의력이 쌓여가는 과정을 알려준 것이었다. 대학에서 이러한 과정을 많이 겪어본 학생들은 사회에 부딪힐 때도 ‘ㄷㄷㄷㅈ'(두둥등장)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겪고 있는 패러다임의 전환에서도 누군가는 여전히 위험에 노출된 채, 자신의 생계와 업무를 위해, 다른 사람들을 위해 또는 사회적 유지를 위해 어디선가 노력하고 있다. 작게는 우리 학교 내에서 시설과 안전, 행정과 교육 서비스를 위해 근무하고 계시는 여러 직원 선생님들과 크게는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국가 보건 의료를 위해 노력해오고 계신 의료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