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의 가르침을 세계로: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김장아 교수,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 채상훈 교수

  • 572호
  • 기사입력 2025.09.18
  • 편집 성유진 기자
  • 조회수 2849


성균관대학교는 우수한 교육-연구(Research and Education, R&E) 체계를 바탕으로 학문적 연속성과 성장을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세계로 뻗어나가 또 다른 가능성을 키워내는 동력이 되고 있다.

572호 '인물포커스'에서는 성균관대학교에서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모두 마치고 해외 유수 대학에 임용된 임페리얼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 김장아 교수,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채상훈 교수를 인터뷰했다. 본교에서의 교육과정을 통한 학문적 성장 사례와 연구자, 교육자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들어보자.





■ 임페리얼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 기계공학과 김장아 교수
  - 2007년 기계공학과 입학
  - 2017년 SAINT(성균나노과학기술원) 박사학위 취득

  - 2017~2023년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박사후연구원
  - 2023년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조교수 부임


▲ 2018년 Great Exhibition Road Festival에서 연구실 투어를 진행하는 모습


| 교수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영국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기계공학과에서 조교수로 일하고 있는 김장아입니다. 햄린센터(The Hamlyn Centre for Robotic Surgery)에 소속되어, 빛과 마이크로·나노기술을 활용한 센싱과 미세로봇공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07학번으로 성균관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해, 2017년 SAINT(성균나노과학기술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을 때까지 10년을 성대에서 보냈습니다. 그 시간은 제 학문적 뿌리가 되었고, 이후 런던으로 건너가 박사후 연구를 이어가며 의공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mini lab (micro-nano innovation lab)을 운영하며 학생들과 함께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성균관대학교에서의 수학 경험이 현재 커리어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성대에서 보낸 10년은 제 청춘 전부였고, 지금의 저를 만든 시기였습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경험이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우선, 연구실에서 전례가 없던 그래핀 연구를 혼자 시작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가는 훈련을 해야 했습니다. 박사 과정 중에는 고등학생과 학부생 팀을 지도할 기회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제 연구주제에서 파생된 주제보다는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주제를 직접 찾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화장품 자외선 차단제 연구라든지, 시각적으로 재미있는 구조색(structural colouration) 연구 같은 프로젝트였죠. 이런 경험들이 지금 제가 새로운 주제를 발굴하고 협력 연구를 이끌어가는 힘이 된 것 같습니다.


또, 오랫동안 연구실 랩장을 하면서 운영을 책임지기도 했습니다. 연구실 관리, 행사 준비, 교수님과 동료 간의 소통을 맡으면서 관리체계와 사람을 이끌고 조율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지금 연구실을 운영하며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도 그때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학부시절 교양수업에서의 배움도 지금까지 제게 남아 있습니다. 특히, 성대만의 개성이자 강점인 ‘유학사상’ 수업에서는 처음 철학을 접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었습니다. 서양음악사, 대중예술, 미술철학 같은 수업에서는 전공 밖의 시야를 넓히며 연구자이자 개인으로서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자양분을 얻었습니다. 지금도 중요한 순간마다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찾아보고, 음악이나 예술에서 생각할 거리를 얻곤 합니다.


마지막으로, 성대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그 다양성 덕분에 시야가 한층 넓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제 인생의 동반자(남편)도 성대에서 만났습니다. 학문과 인생을 모두 준 곳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겁니다.


▲ (왼쪽) 2010년 학부 마지막 학기, 도서관 카페에서 ‘가스터빈’ 시험공부를 하던 때 (오른쪽) 2015년 연구실 책상에서 연구중인 모습


| 학부에서부터 박사 후 연구활동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 임용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성균관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대학원에서는 당시 가장 핫한 주제였던 그래핀 연구로 박사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좇아야 하는 주제는 제 성향과 잘 맞지 않았습니다. 저는 차분히 원리를 깊이 탐구하고, 연구의 사회적 효과가 뚜렷하게 보이거나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몰입하는 편이거든요. 그러다 박사과정 말미에 아산병원과의 협력 프로젝트에서 의료용 카테터 센서를 개발하면서 큰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연구가 실제로 사람들의 건강 문제 해결에 연결되는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의공학의 매력에 완전히 매료되었고, 박사 후 연구도 이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제가 첫 포닥을 시작한 곳은 임페리얼 칼리지의 햄린센터로, 의료용 로봇과 의료기기 개발에 주력하는 연구소였습니다. 3년 계약으로 대형 연구프로그램에 참여해, 감염 진단용 광섬유 센서를 개발하는 과제를 맡았습니다.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3D 나노프린팅 기술로 광섬유 끝단에 나노구조체를 형성해 원격·실시간 바이오마커 감지가 가능한 센서를 제작했고, 이 연구는 학술지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제가 직접 만든 표지 그림이 저의 만 30세 생일에 실린 호(issue)에 나와, 특별한 생일선물이 된 기억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면서 연구실이 장기간 닫혔습니다. 실험 연구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지만, 그 시기에 현미경 이미지 분석과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로 논문을 낼 수 있었고, 이후 2년 계약을 연장해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추가 계약이 마무리될 무렵, 재료과·생명공학과의 스티븐스 그룹에서 질병 진단용 나노센서 개발 연구 공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 그룹은 기능성 소재와 의공학적 응용 연구를 활발하게 이끌며, 규모도 커서 다양한 기회와 협력이 가능한 곳이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저변을 넓힐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지원했고, 운 좋게 합격했습니다. 그렇게 두 번째 포닥 생활을 시작하면서 좋은 동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한 단계, 어쩌면 몇 단계는 폭풍 성장하는 시기를 보냈습니다. 이 시기에 영주권도 취득하게 되어 생활적으로도 안정감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만족스럽게 연구를 이어가던 중, 과거 함께 협업했던 교수님의 소개로 기계공학과에 교수 공고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임페리얼을?’이라는 자기의심이 들었지만 곧 ‘밑져야 본전. 지원서 쓰는 연습이라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서류 심사를 통과했고, 이틀에 걸친 인터뷰를 거쳐 지금의 자리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임용을 위해 특별히 초점을 맞춘 부분과 임용 과정에서의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저는 사실 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도 교수가 될 거라 상상하지 않았습니다. 제게는 실험하고 배우며 평생 연구자로 살아가는 모습이 더 자연스럽게 그려졌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서 연구자가 배운 것을 후학과 나누고 공동체에 보탬이 되는 것도 자기실현의 한 형태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그래서 기회가 찾아왔을 때 주저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보기로 했습니다.

처음 인터뷰를 준비할 때는 불안하고 긴장이 컸습니다. 그때 한 친구가 “남들과 비교하려 하지 말고 그냥 네 자신을 보여줘라(Be yourself). 그게 네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다”라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단순한 조언이었지만 제 머리를 크게 울렸습니다. 인터뷰에서 그 마음가짐으로 임했고, 제가 가진 것을 솔직하게 보여주려 노력했습니다. 그렇지만 교수 임용 면접은 처음이었고, 미숙하고 많이 떨었던 탓에 결국 첫 시도에서는 오퍼를 받지 못했습니다.

몇 달 뒤 예상치 못하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최종 합격자가 다른 길을 선택하면서 지원자들을 다시 검토하게 되었고, 뜻밖에 저에게도 기회가 주어진 것이었습니다. 이미 한 번 떨어진 경험 덕분에 오히려 편한 마음이었고, ‘안 되면 원래대로 내 길을 가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덕분에 힘을 빼고 당당하게 제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었고, 이번에는 좋은 평가로 이어져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준비된 스펙이나 공식적인 전략보다는 그 순간 제 모습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게 결과적으로 잘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박사 졸업 이후에는 연구 독립을 위해 지도교수님과는 더 이상 공동 논문을 쓰지 않았고, 포닥 시절에도 제가 직접 발굴하거나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연구들이 많았는데요. 그 결과 연구 실적이 일시적으로 더뎌 보일 수는 있었지만, 독립 연구자로서의 역량을 증명하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실제 인터뷰에서도 제가 이 연구들을 직접 이끌었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었고, 그 부분이 심사위원들에게 긍정적으로 전달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포닥 시절에 경험했던 다양한 활동들, 예를 들어 과학축제 자원봉사, 학생지도, 안전관리와 장비 관리, 연구실 운영 행정 참여 같은 일들 또한 학과가 교수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근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연구와 교육뿐 아니라 조직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 연구 분야와 대표 논문, 앞으로의 연구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저는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활용해 의료용 마이크로·나노 센서와 로봇을 연구합니다. 초기에는 광섬유 기반 생체분자 및 박테리아 감지 같은 주제들을 다뤘고, 최근에는 플라즈모닉 효과를 이용한 박테리아 미세 조작 및 치료 응용으로 연구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박사후연구원 시절, 저는 표면증강 라만 분광법(surface-enhanced Raman spectroscopy, SERS)을 이용한 박테리아 실시간 감지 센서를 개발하면서 신기한 현상을 관찰했습니다. 센서 주변으로 박테리아들이 모여드는 것이었죠. 당시 연구 목표는 센서 개발이었기에 처음에는 단순한 ‘노이즈’라고 생각했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이 현상은 늘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러던 중 팬데믹으로 연구실 접근이 막히자, 예전에 기록해둔 현미경 이미지 데이터를 다시 꺼내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관련 문헌을 찾아보고 독학으로 비디오 데이터 분석 기법을 익히면서 락다운 기간에 논문을 작성했고, 이후 석사 학생과 함께 후속 연구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 논문들은 화려한 저널에 실린 건 아니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꿔 제 스스로 배움을 이어갈 수 있었던 자랑스러운 기록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논문들을 계기로 미국 Albert Einstein 의대의 장내 박테리아와 질병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그룹으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제서야 이 현상이 단순한 노이즈가 아니라, 질병 메커니즘 이해나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경험이 지금의 연구 방향을 잡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박테리아의 행동을 이해하고 제어함으로써 감염 제어, 미세침습치료, 나아가 새로운 면역치료 전략 개발에 기여하는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 International Women in Engineering Day를 기념해 진행된 인터뷰에서 실험 중인 모습이 담긴 사진

Ⓒ Dave Guttridge, Imperial College London


| 대학원생들이 교육적 지식을 연구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지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연구를 하다 보면 누구나 좌절을 겪습니다. 기똥찬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던 것도 찾아보면 이미 누군가 해놓은 경우가 많지요.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 금세 시니컬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수록 호기심과 비판적 시각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호기심을 잃지 않아야 연구가 재미있고, 건강한 비판적 시각을 가져야 비로소 나만의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대학원 생활, 더 나아가 연구란 것은 끝이 없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 균형을 지켜가는 태도가 결국 지치지 않고 오래 연구를 이어가는 힘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 균형을 유지하는 데 혼자만의 시간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산책을 하거나, 잡생각을 정리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환기하는 순간들이 저에게 연구와의 거리를 두게 해 주었고, 다시 호기심을 붙잡을 여유를 주었습니다. 그렇게 잠시 물러나 숨 고르기를 할 수 있었기에 연구의 좌절이 곧 회의로 이어지지 않았고,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문제를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각자 방식은 다르겠지만, 자신이 호기심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성균관대학교 선배이자, 교수로서 학생들과 공유하고 싶은 대학원 생활 팁 부탁드립니다.

대학원 생활을 건강히 이어가려면 연구에서 오는 좌절과 스트레스를 버틸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합니다. 저에게는 그게 생활 속의 작은 습관들이었습니다. 몇 년 전까지는 매년 10 km 달리기를 했고, 지금은 출퇴근길에 한시간 이상씩 걷거나 자전거를 타며 자연스럽게 체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연구실에서 소소히 식물을 키우던 것이 어느새 저희 집 발코니와 거실의 작은 정글로 확장되었는데, 그런 사소한 즐거움이 마음을 단단하게 해주기도 했습니다.


▲ (왼쪽) 성대 연구실 책상 옆에 두었던 화분들. 교내 화원은 심심할 때마다 들르던 참새 방앗간같은 장소였다.

(오른쪽) 현재 런던 집 한 켠의 '미니 정글'


또 하나 중요한 건, 연구와 전혀 상관없이 스위치를 완전히 끌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학부 시절 동아리(르풋)에서 만난 친구, 선, 후배님들과 10년 넘게 꾸준히 만나면서 연구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잡담과 웃음, 그리고 노래방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는데, 이런 관계들이야말로 긴 대학원 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런 것들을 의식적으로 ‘관리’하려 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저 좋아서 했던 일들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체력 유지와 멘탈 회복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무언가 거창한 관리법을 찾기보다는, 자신이 소소히 즐길 수 있는 활동과 편히 쉴 수 있는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 김장아 교수가 이끌고 있는 연구실 mini lab 학생들과




■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전기전자공학과, 신소재공학과 채상훈 교수
  - 2010년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졸업
  - 2014년 에너지과학과 박사학위 취득
  - 2016 ~ 2021년 컬럼비아 대학교 박사후연구원
  - 2021년 난양공과대학교 조교수(Nanyang Assistant Professor) 부임



| 교수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NTU) 전기전자공학과와 신소재공학과에 공동 임용되어 조교수(Nanyang Assistant Professor)로 재직 중인 채상훈입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2010년에 학사(반도체시스템공학), 2014년에 박사 학위(에너지과학)를 취득한 후,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거쳤습니다.


제 연구는 주로 광학 신재료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광전자 특성을 규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광전자 소자를 개발하며, 나아가 집적 광포토닉스(integrated photonics)와 결합해 새로운 정보처리 방식을 탐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광학 상호연결(Optical interconnect), 광학 컴퓨팅(Optical computing), 인공지능 프로세서(AI processor), 양자 처리(Quantum processing)와 같은 차세대 정보처리 플랫폼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 성균관대학교에서의 수학 경험이 현재 커리어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저는 성균관대학교 반도체시스템공학과 1기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학사 과정을 밟으며 반도체 공학, 전자공학, 시스템 분야의 기초를 충실히 다졌습니다.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삼성전자와 계약학과이기 때문에 산업에 쓰일 수 있는 공학 지식을 바로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모교에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박사 과정을 거치며 물리학, 응용물리, 재료공학을 심도 있게 연구하고 기초과학적 시각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성균관대학교에서는 공학과 이학, 반도체와 비반도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공정과 측정, 전자와 광자 등을 모두 아우르는 넓은 연구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특히 성균관대는 연구 트렌드를 빠르게 포착하고 새로운 학과를 신설, 다양한 전문 교수진을 구성하는 등 변화를 선도했기에 더욱 폭넓은 학습의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돌이켜보면, 학부 시절 전공이었던 반도체시스템공학과도 제가 1기였고, 박사 과정을 밟은 에너지과학과 역시 신설된 학과였네요. 다양한 학문적 토대는 현재 제가 진행하는 융합 연구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고, 공학적 응용 능력과 기초과학적 탐구심이 결합해 지금의 집적 광포토닉스 연구를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 (왼쪽) 성균관대 대학원 (오른쪽) 박사 졸업식


| 학부에서부터 박사 후 연구활동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쳐 난양공과대학교에 임용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성균관대학교 반도체시스템공학과에서 학부 과정을 밟았습니다.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삼성전자와 성균관대가 함께 설립한 계약학과로, 반도체 산업의 최전선에서 활약할 인재를 양성하는 매우 특별하고 야심찬 프로그램이었습니다. 3학년 무렵 반도체 설계나 시스템 구조보다는 반도체 소자, 공정 같은 하드웨어 분야에 큰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고, 나아가 기초과학 연구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때부터 기초과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물론 학부 4년 동안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에서 제공하는 커리큘럼을 최대한 충실히 이수했고, 이러한 경험은 훗날 대학원 연구와 실험을 수행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됐습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는 이영희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으며 물리학 연구의 기초를 다졌습니다. 박사 과정 중에 이영희 교수님께서 IBS 단장으로 부임하시면서 연구실은 순식간에 대규모 연구센터로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세계적인 연구 분위기와 수준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죠. 학위를 마친 뒤인 2014년부터 2016년까지는 성균관대학교 나노구조연구센터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하며 연구 활동을 이어갔고, 대체복무가 끝나는 시점에 맞추어 해외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준비했습니다. 제가 가장 강하게 끌렸던 곳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James Hone 교수님의 연구실이었습니다. Hone 교수님의 독창적이고 임팩트 있는 논문들에 깊이 매료되어, 미리 연락을 드리고 한국과 미국에서 직접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끈기 있는 지원 끝에 다행스럽게도 컬럼비아대학 연구실에 합류할 수 있었고, 특히 성균관대학교의 해외 박사후연구원 지원 프로그램 덕분에 첫 1년간은 체류비를 안정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국제적인 연구 경험과 네트워크를 쌓았습니다. 성균관대에서 습득한 모든 기술을 새로운 과학적 시도와 접목하며 마음껏 연구할 수 있었던 즐거웠던 시기였고, 동시에 와이프와 함께 뉴욕에서 신혼생활을 하며 꿈같은 시간을 보낸 특별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밤낮으로 함께 연구했던 동료 연구자들을 통해 싱가포르 대학들의 뛰어난 연구 환경에 대해 알게 됐고, 싱가포르 출신 동료의 적극적인 소개를 계기로 난양공과대학교(NTU)와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2020년부터 교수 임용을 준비해 지원했고, 면접을 거쳐 싱가포르 난양공대 Nanyang Assistant Professor (NAP) 조교수직을 제안받았습니다. 단순한 일반 조교수 트랙이 아니라 대학 차원에서 확신을 갖고 경쟁력 있는 연구자를 지원하는 NAP 트랙이라 특별했어요. NAP 교수에게는 임용과 동시에 약 150만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16억 원)의 초기 연구비, 박사과정생 장학금, 박사후연구원 고용 지원, 소속 학과의 다양한 혜택이 주어졌습니다. 이러한 파격적인 지원은 독립적인 연구실을 설립하고 도전적인 연구를 본격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었습니다.


▲ (왼쪽) NTU 세미나 (오른쪽) 양자 포토닉스 연구실(Quantum Photonics Lab)


|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임용을 위해 특별히 초점을 맞춘 부분과 임용 과정에서의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난양공대는 연구중심대학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교수 임용 과정에서도 후보자의 연구 역량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합니다. 따라서 저는 임용을 준비할 때 대담하면서도 야망 있는 연구 주제를 제시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단순히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5년, 10년 뒤에 실현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 비전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과거나 현재보다는 미래에 무엇을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임용 면접 당시 심사위원장을 맡으셨던 분이 노벨 화학상 심사위원이셨는데, 제가 제안한 도전적인 연구 계획을 두고 “교수직을 시작한 후에도 이 연구의 주제 범위를 줄이거나 목표를 낮추지 않고 끝까지 추진해서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하셨습니다. 이 질문은 저의 연구 제안이 단순히 임용 과정에서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한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고, 교수를 하는 내내 높은 수준의 동기부여와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것이었습니다. 동시에 난양공대가 원하는 인재상이 세계적 연구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죠. 저의 미래지향적인 의지와 장기적인 전략을 솔직하게 말씀드렸고, 그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 연구 분야와 대표 논문, 앞으로의 연구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성균관대 대학원 시절에 쓴 제 첫 논문은 늘어나고 투명한 트렌지스터에 관한 연구(Nature Materials 12(5), 403-409, 2013)로, 추억이 많이 깃들어 있습니다. 나노 신소재와 기존 세라믹 물질을 함께 구조적으로 변화시켜 20% 이상 늘어나면서도 투명성을 유지하는 전자 소자를 구현한 연구로, 당시 과분할 만큼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후 컬럼비아대학교 박사후 과정부터는 제 연구의 주요 분야가 집적 광포토닉스(integrated photonics)와 2차원 물질(2D materials)의 융합으로 확장됐습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포토닉스 소자를 개발하는 데 집중해 왔으며, 최근에는 매스컴에서 ‘광반도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는 차세대 반도체 연구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대표적인 연구 성과로는, (1) 2차원 물질을 집적 광포토닉스에 통합하여 광손실이 거의 없는 광학 변조기를 개발한 연구 (Nature Photonics 14(4), 256–262, 2020), (2) 쌍곡선 분산(hyperbolic dispersion)과 광전자 특성을 프로그램 가능하게 제어한 연구 (Science 371(6529), 617–620, 2021), (3) 나노재료의 내재적 및 외재적 무질서(disorder)에 대한 근본적인 통찰을 제시한 연구 (Nature Materials 18(6), 541, 2019)가 있습니다.

현재 난양공대에서도 재료와 광포토닉스를 통합하는 차세대 정보처리 플랫폼을 구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광학 상호연결(Optical interconnect), 광학 컴퓨팅(Optical computing), 인공지능 프로세서(AI processor), 양자 처리(Quantum processing)와 같은 차세대 정보처리 장치 개발을 추진 중입니다. 앞으로도 이 분야의 연구 성과들이 학술지에 지속적으로 출판될 예정입니다. 광포토닉스 분야는 이미 학계와 반도체 산업 전반에서 핵심적인 연구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저는 이 분야에서 산학 간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 기업들과 더불어 싱가포르 교육부, 국방부에서도 제 연구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대규모 연구비 지원을 받아 의미 있는 성과들을 도출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부터는 난양공대의 전체 반도체 공정(클린룸) 시설을 총괄하는 Director라는 중책을 맡게 됐는데요. 제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반도체 연구와 교육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게 되어 큰 책임감과 동시에 벅찬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 컬럼비아대학교 박사후연구원 시절


| 대학원생들이 교육적 지식을 연구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지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현시점에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역량은 지식의 다양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의 연구는 특정 한 분야의 지식만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융합적 시각이 핵심이죠. 흔히 “연구자는 한 우물만 계속 파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이제는 가치가 있는 우물을 선택하고, 그 우물을 파는 데 다양한 도구와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즉, 자신이 속한 전공 분야를 깊이 있게 파고들되, 다른 학문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배우고 접목할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연구하는 집적 포토닉스를 잘하기 위해서는 물리, 화학, 광학, 재료, 반도체 공정, 반도체 소자, 전자공학, 컴퓨터공학까지 모두 이해해야 합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도 이 분야를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연구자가 많지 않은 이유 또한 바로 종합적인 전문성이 요구되는 데 있습니다.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는 동시에 융합 전문가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대학원생 여러분들은 자신이 속한 한 분야에만 머무르지 말고, 적극적으로 다른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연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분야를 탐구한다면 그것이 자신만의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학부 시절에는 전기전자 및 공학에 집중했고, 석·박사 과정에서는 물리 원리에 기반한 연구에 몰두하면서 기초공학과 이학 분야를 폭넓게 수학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지금 제가 융합 연구를 추진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됐습니다.


| 성균관대학교 선배이자, 교수로서 학생들과 공유하고 싶은 대학원 생활 팁 부탁드립니다.

저는 난관 극복에 있어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연구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무리해서라도 될 때까지 부딪쳐 보는 성격이었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오히려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방법이 모든 사람에게 항상 맞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난관을 외면하지 않고 직접 마주하는 용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원생인 여러분들은 현재 리더로 성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리더의 자질을 갖추고 싶다면 문제를 직시하세요.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해서 저는 운동도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했습니다. 학부 시절부터 대학원까지 검도, 축구, 헬스를 꾸준히 했는데요. 이를 통해 길러진 체력과 지구력은 긴 연구 여정을 버틸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 되어주었습니다. 특히 개인 운동과 단체 운동을 모두 경험하면서 각각의 다이나믹을 연구생활에도 빠르게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 이영희 교수님과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도교수님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권하고 싶습니다. 저는 지도교수님이셨던 이영희 교수님과 매일 조금이라도 대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단순히 연구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교수님의 사고방식과 연구 철학을 이해하며 큰 방향에 공감하려 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제 연구와 논문 활동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당시 교수님과 나누었던 대화들은 지금 제가 제자들과 소통하는 데에도 큰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 덕분에, 지금 오히려 그때보다 지도교수님을 한층 더 깊이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캠퍼스 생활의 소소한 즐거움도 꼭 누리시기 바랍니다. 저의 최애 장소는 학부 1학년 때부터 10년 동안 단골이었던 ‘먹거리 고을’이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소소하게 술잔을 기울이며 추억을 쌓았던 공간인데, 기회가 된다면 꼭 방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모님께 제 이야기를 전하시면, 아마도 서비스로 고갈비가 나올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