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수님은 왜 대학원에 오라고 할까? (15)
– 연구실 생활 잘 적응하기 4

  • 580호
  • 기사입력 2026.01.26
  • 편집 성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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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진성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


겨울방학을 맞아 바쁜 연구실 일상에 작은 활력을 더하고자 연구실 MT를 다녀왔다. 원래 우리 연구실은 일 년에 두 번, 여름과 겨울방학에 MT를 간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치열한 프로젝트 수주 때문에 연구계획서 작성과 나의 연구년 일정이 겹치면서 가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이번 MT는 아주 오랜만에 가는 것이었다.

장소 후보는 총 세 곳이었다. 제부도, 산천어 축제, 그리고 에버랜드. 치열한(?) 논의 끝에 최종 목적지는 꿈과 환상의 나라 에버랜드로 정해졌다. 연구실원 중 누군가는 10년 만의 방문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아예 처음이었다.

놀이기구도 타고, 눈썰매도 타며 오랜만에 ‘연구 이야기 아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보냈다. 오전 10시부터 입장해 하루를 꽉 채워 보냈는데, 어느 순간부터 슬슬 피로가 몰려왔다. 아마도 가방에 간식을 너무 많이 넣은 탓일 것이다. 그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연구도, 노는 것도 결국 체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올해는 나도,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모두 조금 더 건강한 한 해를 보내길 소망한다.


지난 글에 이어 이번에는 연구실 생활에 잘 적응하는 마지막 방법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한 주제로 너무 오래 연재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그만큼 연구실 생활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은 물론이고, 개인의 멘탈 상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제로 좋지 않은 이유로 연구실 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인간관계에서의 어려움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동시에 겪게 되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스스로의 꿈을 내려놓는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연구실 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무엇보다 중요한 기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5. 모든 사람과 잘 지내긴 어렵다.

이번 글에서는 연구실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바로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이다.

우리는 그동안 연구실 생활에 잘 적응하는 방법에 대해 차근차근 이야기해 왔다. 연구실에 처음 들어와 선배와 동기들과 잘 지내기 위해 밥도 같이 먹고, 시간을 함께 보내고, 때로는 사탕과 초콜릿 같은 작은 선물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려 애썼고, 연구실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할 일을 고민하며 선배들에게 묻는 적극성도 보였다. 이 정도면 어느 연구실에서든 “괜찮은 신입이 들어왔다”고 반길 만하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다. 이렇게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나를 곱게 보지 않는 선배나 동기가 있을 수 있다. 함께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시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관계가 나아질 거라 기대하지만, 이상하게 늘 거리감이 느껴진다. 별일 아닌 상황에서도 짜증을 내거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어떤 날은 노골적으로 화를 내기도 한다. 항상 날이 서 있는 모습에, 이제는 나 역시 다가가는 것이 조심스러워진다. 아마 이 대목에서 많은 대학원생들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모든 연구실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인 대학원 생활의 모습이겠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유독 나와만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 원인이 나에게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이번 글에서는 상대방에게 원인이 있는 경우를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연구실의 규모가 크든 작든, 이런 상황은 언제든 발생한다. 그리고 그로 인한 고민 역시 비슷하다.


“A 선배 때문에 대학원 생활을 버티기 힘들어요.”

“B 때문에 너무 우울해요.”

“C 선배와는 더 이상 같이 연구를 못 하겠어요.”

“D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고통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내가 모든 사람과 잘 지낼 수 있다는 생각부터 내려놓기를 추천한다.

우리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시절부터 단체생활을 하며 자라왔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친한 사람이 생기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생긴다. 한마디로 나와 잘 맞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당연히 존재한다. 흔히 말하는 ‘코드가 맞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무리 노력해도 잘 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나의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기독교 동아리 활동을 하며 오랜 기간 함께 자취했던 한 선배가 있다. 지금도 그 선배를 떠올리면 배울 점이 많고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그 선배는 나와 정말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깊이 체감하게 해준 인물이기도 하다.

내가 극한의 효율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라면, 그 선배는 효율보다는 규칙과 팀워크를 훨씬 중요하게 여겼다. 누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성향의 차이였다. 그 차이로 인해 의견 충돌도 잦았고, 서로 오해하는 일도 많았다. 지금에 와서는 값진 배움의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답답함을 느끼는 순간이 적지 않았다.


이처럼 우리가 자라온 환경, 경험, 추구하는 가치, 일의 우선순위, 그리고 개인적인 호불호까지 모두 다르다. 그렇기에 모든 사람과 원만하게 지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배척하거나, 일부러 담을 쌓으라는 뜻은 아니다. 나와 다른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전제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지내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다투는 것도, 지나치게 친해지는 것도 상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인 것처럼, 연구실에서의 ‘적절한 관계 유지’ 역시 하나의 중요한 노하우라 할 수 있다.

한편,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도 모두 원만하게 지내야 한다는 생각에 힘들어하면서, 그 불편함을 혼자 속으로만 삭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역시 추천하지 않는다. 연구실 생활은 단기간으로 끝나는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쌓인 감정은 언젠가 ‘팡’ 하고 터지기 쉽다. 그리고 그때의 후폭풍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그렇다면 조금 더 현실적인 상황을 생각해 보자. 나와 잘 맞지 않는 선배가, 하필이면 내 사수라면 어떨까? 동기보다 선배가 더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이 경우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 자연과학캠퍼스에 눈이 온 날